최근 계속해서 공무원 퇴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규 공무원 뿐만 아니라 10년 이내 공무원 사직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공직을 여러 차례 경험해본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공무원 면직률이 높아지는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만 항목은 주관적인 판단에 치우치지 않고,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적인 사유들로 정리해보겠습니다.
Z세대가 공무원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
(24. 4. 19.플랫폼 캣치 조사결과)
- 연봉이 낮아서(47%)
- 희망 직무가 아니라서(15%)
- 수직적 분위기가 싫어서(9.4%)
- 반복 업무 때문에(9%)
- 성장의 어려움(5%)
- 부족한 복지(3%)
- 퇴사, 부서 이동의 어려움(2%) 등
면직 이유 분석
연봉이 낮아서
신규 공무원의 낮은 실질급여
공무원의 면직률을 가장 높이는 원인은 신규 공무원의 실질 급여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보통 공무원 호봉표를 참고로 하며, 여기서 수당이 얼마가 붙어서 돈이 많다 혹은 아니다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평달에 들어오는 돈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공무원 호봉표와 거의 비슷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9급 1호봉이 1,877,000원입니다. 여기서 기본적인 수당을 더하고, 기본적인 세금을 제합니다. 그러면, 거의 호봉표에 근접한 실수령액이 나옵니다.
이제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생각해봅시다. 일반적으로 9시~6시까지가 근무시간입니다. 하지만, 현실상 9시에 딱 맞추어 출근하기는 어렵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8시반~8시50분까지 출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퇴근 시간은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1/3정도는 6시 땡 하자 마자 퇴근할 수 있지만, 애매하게 분위기상 6시 반 이후에 퇴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급여로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눈치 안 보고 퇴근하면 안되냐?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해 봤는데, 팀장과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그것은 곧 업무부담으로 내려 옵니다.
9시간 중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9시간 반 정도를 실근무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사실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받습니다.
10년전 최저시급 수준인 초과근무수당
초과근무를 신청해서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1시간을 무조건 공제하고 수당을 지급합니다. 그것도 시간당 1만원 정도를요. 최저시급이 1만원에 근접하고, 근로기준법으로는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1.5배를 지급해야합니다. 하지만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에는 이러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1시간 초과근무를 하면, 수당은 0원이고, 2시간 초과근무를 하면 수당이 10,000원입니다. 3시간은 20,000이고요. 정말 가성비가 떨어져서 가급적 초과근무를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출장비가 추가로 지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장비는 실비의 성격입니다. 내가 출장 나가서 기름값이나 차량감가 등 쓰는 돈을 받는 셈이죠.
예전에는 거짓말로 출장비를 부당수급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고, 받는다고 해도 글쎄요. 불법적인 것을 받고 싶을까요?
그 외에 평달이 아닌 달에 받는 수당도 있긴 합니다. 신규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추석 보너스, 설날 보너스, 성과금 이렇게 1년에 3번 있습니다. 금액을 다 합치면 4~5백 정도 됩니다. 보너스 치고 많을까요? 전혀 아니죠.
물론 연차가 쌓이면, 호봉도 올라가고, 새로운 수당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연봉도 올라가고 결국에는 그렇게 낮은 연봉은 아니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희망직무가 아니라서
여기서 말하는 희망직무는 공무원 전반적인 업태를 뜻합니다. 앉아서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혹은 지역업체나 시민으로부터 민원(허가신청이나 요청 등)을 받게 되면, 서류를 꾸미고, 위쪽으로 보고하고, 결제받고(설득하고) 등.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 지출을 할 때도 많은 문서를 남겨야 하는 그런 업무형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업무는 사람에 따르지만 일반적으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수직적 분위기가 싫어서
공무원의 수직적 분위기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민간이 바뀌는 속도에 비하면 느립니다. 저도 10년 전에도 공무원 임용을 받았었고, 최근에도 한번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막내의 식사 관리, 떡 돌리기, 출장비나 초과근무 부당수급 강요 등이 있었습니다. 회식 가서도 술 먹지 마라 하면서도, 막상 본인이 술 들어가니 강요하는 건 마찬가지이고, 노래방에서 춤추는 간부들 비위 맞추기 등..
10년 전보다 이 나아지긴 했지만, 세상이 나아지는 속도보다 느리게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파견 와 있는 업체 직원과 비교하니, 변화한 민간에 비해서 급여도 그렇지만, 문화도 옛날에서 아주 조금 바꼈을 뿐입니다.
최근은 아니지만, 예전에 근무할 때는 같은 직원에게 멱살도 잡히고, 일방적으로 상급자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도 목격하고(어떻게 합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징계없이 그냥 묻혔습니다.)
보스(정치인)는 바깥으로 티내는 이미지와 직원에게 대하는 이미지가 180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까라면 까 식의 문화가 많고, 제 경험에도 부단체장에게 업무에 대해 직언했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팀장과 부서장과 부단체장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팀원이 의견을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팀장과 부서장은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거잖아!” 이렇게 혼납니다.
하급자로써 의견이나 힘듦을 토로해도 그건, “너가 얼마 안 돼서 모르는 거다.”는 식으로 묻히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상급자가 업무 실수에 대해서 감싸주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보통 업무관련으로 징계를 받더라도 담당자 70% 팀장 20% 부서장 이상 10% 이런식으로 담당자에게 가장 책임이 많이 돌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담당자게 뒤집어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건 9급이라도 예외가 없습니다.
저도 들어온지 1달도 안 됐을 때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한 일이 문제가 되어, 경찰서도 갔다오고 팀장은 태도가 싹 바껴서 모두 제가 몰라서 그랬다고 몰고간 일도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안위만 챙기는 쓰레기 같은 상사가 무척 많습니다. 또한 감사부서나 인사부서에서도 9급이 한 게 아닌 게 다 아는데도, 다들 모르는 척 그렇게 흘러갑니다. 이건 경험담입니다. 9급 신규는 얼마 안 되고 힘도 없으니 누를 수 있고, 반면 6급 팀장은 이미 오랫동안 조직에 속한 사람이니 안면도 받치고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척 흘러가죠.
반복 업무 때문에
이것은 사실 희망직무가 아니라서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공무원 현직 입장에서는 반복 업무가 그렇게 나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1~2년마다 부서를 떠도는 행정직들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해서 고충을 많이 토로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일부 사람에게 문제가 되는 사항이 아닐까 합니다.
성장의 어려움
공무원은 겸직금지의 규정이 있습니다. 겸직은 특별히 제한적인 일들만 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월급은 정해져 있습니다. 업무 성과가 좋아도 급여 자체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성과급은 돌려먹기를 하는 곳이 많아서 거의 의미가 없고, 업무 성과가 좋아서 받은 시상금은 회식비가 되기 일쑤죠. 또한 진급 역시 성과가 정말 눈부시지 않는 이상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다.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다르게 말하면,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공무원입니다.
부족한 복지
공무원의 복지 중 가장 좋은 것은, 육아휴직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출산을 하면 사실상 잘리는 경우가 많은데, 공무원은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있습니다.
그다음은 공무원연금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연금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미 공무원연금은 적자이고 세금을 떼려 넣는 중인데, 국민들의 반발이 너무 심합니다. 게다가 현재 보유액이 많은 국민연금도 결국 고갈이 되므로, 이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복지라고 해봤자, 100만원 정도의 복지포인트, 그리고 상조나 단체가입 보험 정도인데, 조금 규모 있는 회사에서는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줍니다.
옛날 기준으로 보면 몰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이외에 그다지 받는 혜택이 없습니다.
반면, 공무원이기에 받지 못하는 복지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도 공무원은 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으며, 퇴직할 경우 퇴직금이 없습니다.(소액의 퇴직수당이 있긴 합니다만)
또한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4대 보험중 3가지는 가입이 안 되죠.
초과근무수당도 정해놓은 시간 이상 하면, 더 받지 못합니다. 제 주변에도 매월 100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지만, 30~40시간 정도의 수당밖에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월 100시간 초과근무면, 그냥 쉬는 시간, 쉬는 날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생각해보면, 일반 근로자는 다 받을 수 있는 국비교육 혜택도 공무원은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공무원이기에 포기해야하는 기본적인 복지가 꽤나 많습니다.
퇴사, 부서 이동의 어려움
퇴사나 부서 이동이 어려운 것은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 특히 기초지자체의 경우, 인사시즌만 되면, 소위 좋은 자리에 가는 사람과 나쁜 자리에 가는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좋은 자리란 일은 바쁘지만 확실하게 인사고과를 받는 자리, 혹은 일이 없는 한직입니다. 애매한 자리, 즉 일은 바쁜데 실속이 없는 자리, 악성민원이 있는 자리 등은 빽이 없거나, 외지 사람이 채우게 되죠.
인사는 원래 인사위원회를 거쳐서 결정하게 되어 있지만, 간부들은 “누구누구 어디로 보낸다.” 이런 말을 아주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비리입니다. 안타깝지만 아직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능력이나 적성에 관계 없이 정해지는 자리. 이에 대한 무력감이 신규 공무원들의 피로를 가중합니다.
마무리
이 조사결과를 보고 제가 충격이었던 점은, 이제 공무원이 중소기업보다도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조사 결과 취업자에게 중소기업은 12% 선호되지만, 공무원 11%입니다.
이 정도면 공직사회 자체가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됩니다. 낮은 급여와 연금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고, 열심히 해봤자 윗선의 힘에 의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또 개인적으로 더 성장하기는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무원이기에 감내해야하는 점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지 못하면, 공무원 면직률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장점인 직업의 안정성 조차도 이직이 자유로운 시대에는 크게 메리트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후에 개선방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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